전란의 베르데 / 램프의 방 최종장 & 백작의 수기 추가분

최종장 떴네요. 2장 이미지 만들어야 되는데(...)

※131203: 5-6페이지 추가. 최종장은 6페이지까지 있네요. 또 大広間의 번역을 '큰 방'에서 '연회실'로 바꿨습니다 결국 주작이 모든 걸 주작한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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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

　매콰이어는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베르데 백작이 이웃 나라 다섯 곳을 모두 평정하고 개선(凱旋)을 한 것이 2주 전. 그 전날 매콰이어는, 피고용인으로서 백작의 거성에서 일하고 있었다. 라인하르트의 주선에서였다.

　매일 매콰이어는 백작의 일상을 관찰해 나갔다. 몇 시에 잠들고, 몇 시에 일어나며, 몇 시에 식사를 하고, 몇 시에 집무를 보는가……

암살의 성공을 위해서는, 대상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 이것은 매콰이어가 스스로 정한 철칙이었다. 암살자로서의 나날은 먼 옛날의 일이었지만, 아직 몸에 밴 일을 잊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런 신중함과 주도면밀한 준비 덕분에 다른 동업자들이 모두 실패한 곤란한 대상도 매콰이어는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목적을 이루지 못한 의뢰인이 마지막으로 찾아가는 사람이 매콰이어―― “최후의 암살자”라 불리는 이유이다.

　그런 매콰이어가, 결행의 때를 맞이하고 있었다. 등불이 꺼진 침실에서 백작은 잠에 들었다.

잠이 가장 깊게 든 새벽녘에, 단검으로 심장을 꿰뚫는다. 소리도 없이 조용하게, 일을 성사시키는 것이리라.

기나긴 관찰 끝에, 매콰이어가 선택한 최적의 시간과 장소였다.

　지금 매콰이어는, 천천히 침실의 문을 연다. 발소리를 줄이고 나아가는 기술은 암살자로서 필수인 것으로, 그 기술은 아직 녹슬지 않았다. 몇 걸음을 나아가, 손이 닿을 거리에서 깊게 잠든 백작을 보았다.

오른손에 든 단검을 내리꽂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

　그러나 그 순간, 매콰이어는 붉은 화염에 휩싸였다.

　침실 바닥에는 검은 잿더미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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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I -

날이 새고, 연회실에서 베르데 백작과 클라우디아, 그리고 라인하르트가 테이블 앞에 앉아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라인하르트는 크게 동요하고 있었다. 그는 매콰이어로부터 암살 결행이 오늘 새벽이라고 들었었다.

그러나 그의 눈앞에는 백작이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침착하게 식사를 하고 있다. 그리고 피고용인 중에 매콰이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라인하르트, 어찌 불안해 하는가?」

　베르데 백작이 담담하게 물었다. 라인하르트는 말문이 막혔다.

「어제까지 열심히 일해 줬군」

　백작은 느긋하게 일어나, 라인하르트를 향해 오른손을 내밀었다.

「…… 잘 가게나」

　이 말과 동시에 백작은, 테이블과 함께 라인하르트를 큰 불꽃으로 뒤덮었다.

「귀공은 나에게 암살자를 보내 내 자리를 빼앗으려고 계획했지」

　백작은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은 채 말했다.

「클라우디아가 전부 이야기해 주었다」

　그 한 마디를 듣고, 죽음의 순간에 놓인 라인하르트는 충격에 빠졌다. 그리고 백작의 곁에 서 있는 클라우디아를 보았다.

「클라우디아…… 어째서……」

　쥐어짜는 소리로 물어 보아도 클라우디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라인하르트의 숨이 끊어지는 순간 마지막으로 본 것은, 냉담한 여신과 같이 아름다운 클라우디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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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II -

「이제 이 나라도, 이웃 나라들도…… 또 하늘에 빛나는 별들마저도, 모두 당신 것이에요」

　미소를 띄우며 백작에게 다가붙는 클라우디아였다.

「그렇군. 그럼 식사를 계속할까」

　백작은 피고용인을 불렀다. 그러나 아무도 이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피고용인들은 모두 도망쳐 버렸다. 당연한 것이리라. 백작의 「붉은 힘」은 혈연자에게까지 향하였다. 어떤 경위가 있었는지, 피고용인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두려워하며 멀리할 수밖에 없다.

「매일 밤 홍차를 끓여 주던 집사…… 이름이 뭐였더라…… 그도, 이미 없어진 게냐」

　그러나, 백작은 왜 피고용인들이 모두 도망쳐 버린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충성을 다하던 집사의 이름조차 기억해 내지 못하고 있다.

「뭐 됐다. 클라우디아, 너만 곁에 있어 준다면」

　암살자에게 반격을 가하고, 뒤이어 종형제마저 없애 버렸다. 이상한 사태였다.

그러나 백작은 하염없이 웃었다. 그의 눈동자는 억제하지 못할 야심을 드러내는 듯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때―― 이 거대한 방에, 돌연 사람의 모습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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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V -

「너는……!?」

　백작은 경악했다. 어째서인지, 새벽녘에 재로 변했어야 할 암살자가 지금 눈앞에 있다.

복장은 피고용인의 것이 아니라, 마치 귀족과 같은 옷이었다.

백작이 「붉은 힘」으로 불태운 것은 매콰이어가 옷 위에 겹쳐 입은 피고용인의 옷 뿐이었을 지도 모른다. 불가사의한 힘이 매콰이어를 보호하고 있었가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왜 내가 살아있는지, 나도 모르겠군. 하지만, 이것만은 알겠다」

　죽음의 늪에서 되살아난 매콰이어는, 백작 곁에 서 있는 클라우디아와 대치하며 외쳤다.

「베르데 백작과 라인하르트 자작을 조종하여 싸움으로 몰고 간 것은 바로 너다!」

- V -

「들을 가치도 없는 말장난은 집어치우시지」

　베르데 백작이 다시 한 번 「붉은 힘」을 발휘해 매콰이어를 불꽃으로 휘감는다. 그러나 그때 매콰이어의 몸은 흰 빛으로 둘러싸여, 홍련과 같은 업화를 몰아내었다――!

「…… 어떻게 된 거지?」

　이 순간 백작의 안색은 경악뿐만이 아니라, 약간의 불안도 띠고 있다. 그리고 매콰이어를 감싼 흰 빛은 다시 한 번 크게 퍼져 백작과 클라우디아마저 집어삼키고는, 연회실을 빛으로 채운 뒤에야 겨우 가라앉았다.

「후후후…… 너는 생사를 방황한 덕에 하얀 힘에 눈을 뜨게 되었구나」

　목소리는 백작의 것도, 클라우디아의 것도 아니었다.

「다, 당신은…… 그때 그!?」

　백작은 이미 그를 본 적이 있었다. 남자로도 보이면서도 여자로 보이기도 한다. 젊은이 같으면서도 젊은이에게서는 보이지 않을 침착함이 느껴진다. 3년 전, 베르데 백작에게 「붉은 힘」을 준, 정체 불명의 인물――

「내 이름은 주작. 하얀 힘을 받아서 화신이 풀려 버렸지」

　백작부인 클라우디아의 본모습은―― 전설의 신수, 주작이었다.

「하얀 힘? 나는 모른다. 내가 알고 있는 건, 너만 없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으리라는 것이야!」

　분노에 찬 눈으로 주작을 바라보며 소리치는 매콰이어. 그의 몸은 그의 격앙에 호응하는 듯, 다시 한번 희미하게 흰 빛을 내뿜고 있다.

「하얀 힘은 진실을 비추지…… 하지만 너의 해석은 틀렸어. 착각하고 있군」

　미소를 띄우며 주작은 대답했다.

「나는 힘을 주었을 뿐. 힘을 쓸 곳을 정하는 건 저 사내다」

　미녀 클라우디아로 화(化)하여 이웃 나라를 침공할 것을 제안한 것은 주작이었다. 그러나 거기에는 강제도, 최면도 없었다. 어디까지나 백작의 의지였다.

　마찬가지로, 라인하르트에게 모반을 사주한 것도 주작이었다. 하지만 백작에 대항할 설득을 받아들여 암살자를 불러들인 것은 역시 라인하르트의 의지였다.

- VI -

「인간이란 실로 재미있는 존재로군. 과분한 힘을 받으면, 그 힘에 집어삼켜져 본성을 드러내게 되지. 아니면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서라면, 수 년간 손을 맞잡고 있던 인간마저 버리고 만다니까」

　전자는 베르데 백작을, 후자는 라인하르트를 시사하는 것이리라. 주작은 유열(愉悅)에 잠긴 듯 소리 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 그런가. 나는 힘에 빼져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다는 건가」

　백작은 조용히, 하지만 강한 자세로, 「붉은 힘」을―― 자신의 몸에 휘감았다.

「저질러 온 잘못을, 속죄해야 할 때로군」

　유난히 격하게 불타오르는 불꽃과 함께, 백작은 주작을 힘껏 끌어안았다. 자신의 몸을 불태워 가며 주작까지 불태울 심산이었으리라. 그러나――

「좋은 심심풀이였다. 너희들을 만날 일은 다시 없겠지만, 언젠가 다시 인간의 본성을 보러 올 게야. 하하하하……」

　큰 웃음소리와 함께 주작은 그 자리에서 사라져 갔다. 백작은 스스로 만들어냔 불길 속에서 숨이 멎었다.

　연회실에는 매콰이어만이 남았다. “최후의 암살자”는, 이번에도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다.

　그런 매콰이어가, 재로 변한 백작을 지긋이 바라본다. 잿더미 안에는 벽이 있고, 그 벽에는 역설적이게도, 명군으로 불리던 시절, 정의와 위엄이 넘치는 백작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그 후 매콰이어가 자기 집으로 돌아오자, 그곳에는 폐병으로부터 쾌유된 여동생이 있었다.

「붉은 힘」을 가진 자가 이 세상에서 사라졌으니, 동시에 「참회의 재」가 일으킨 역병도 사라진 것이다.

　매콰이어가 암살에 실패한 것은 이때가 유일했다.

　그러나, 그는 목적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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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quire -

암살자: 매콰이어

“최후의 암살자”로 불리는, 놀라운 솜씨의 암살자.

본인은 모르고 있으나 불가사의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지금까지 위험한 의뢰를 받아 가며 살아온 것은 그 힘 덕분이다.

일단 암살업으로부터는 손을 떼었으나, 원인 불명의 병을 앓고 있는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지금은 큰 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다시 암살 의뢰를 받았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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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힘 -

붉은 힘에 대적할 수 있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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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회의 재 -

붉은 힘으로 태워진 모든 재는 매우 검고 들이마시면 병을 일으키는 데서 사람들은 참회의 재라 부르며 두려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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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작 -

전설의 신수.

계약을 통해 "시대를 움직이는 힘"을 인간에게 주었으나, 그것은 인간 세상을 이롭게 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저 단순히 인간의 본성을 관찰하기 위해서였다.

신수이기에 인간은 그의 본모습을 보지 못한다. 단 하나의 예외를 제외하고……